청년매일 허창영 기자 |
<함께하는 청년>은 청년의 가치를 높이는 청년들의 '아름다운 활동'을 조명하는 청년매일의 콘텐츠입니다.
청년 사회에 선한 영향을 주는 청년들의 발걸음을 따라가겠습니다. - 청년매일 편집장 허창영 -
'우리는 카페에 무엇을 하기 위해 가는가?'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너무나 많은 카페들의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소위 '인스타 감성 카페'로 불리우는 카페들은 손님의 시선을 사로잡을만한 독특한 인테리어와 분위기 그리고 카페만의 '콘셉'이 존재한다. 갤러리 카페, 애견 카페 등이 그것이다.
4개월 전, 대구 중구 남산동에 위치한 카페 '쵸피'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3D 프린터로 만드는 초콜릿과 함께 아이언맨 헬맷 등 다양한 장난감, 그리고 뽑기 기계까지. '쵸피'에는 대표님께서 손님들의 시선을 끌 만한 포인트들을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다양한 콘텐츠가 있는 카페에 대해 대표님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셨던 걸까?
청년매일은 카페 '쵸피'의 창업가 주조국 대표를 만나봤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공대 졸업 후 언제나 자유롭게 일하고 싶은 92년생 주조국이다.
Q. 창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누구나 대학 졸업 후 해야만 하는 취업준비와 회사생활에 처음부터 싫증을 가지고 있었다. 입사를 하면 내가 원하는 걸 만들 수가 없고 팔리는 걸 만들어야 한다. 근데 내가 만들고 싶은 것들은 팔리는 게 아니다. 그래서 창업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어려서부터 장난감이나 기계를 좋아했다. 초등학생 때는 과학상자를 가지고 놀았고, 중고등학생 때는 경진대회를 나갔다. 그리고 전자공학과에 진학했고, 관심분야에 대해 깊게 배울 수 있었다.
창업의 시작은 나만의 ‘작업실’이었다. 창업의 방법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았기에, 우선 작업실을 하나 구해서 내가 원하는 물건을 무작정 만들어보기 시작했다. 회로를 이용한 아이언맨 헬멧, 토르 망치, 사람을 인식하는 어몽어스 캐릭터 등을 만들었다.
그런데 혼자서 만들기만 하니까 마음이 공허해졌다. 내 취미를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고, 사람들이 내가 만든 물건들에 관심을 갖고 놀며 휴식을 취한다면 행복할 것 같았다.
그래서 ‘토이 카페’를 고안했다. 처음에는 내가 만든 토이들을 유튜브에 꾸준히 업로드했었는데, 만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잠시 중단했다.
Q. 카페 창업 이후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카페 공간이 협소해서 생기는 불편함이 종종 있다. 우리 카페 주변에는 어르신들이 많은데, 매장 내 계단도 가파르고 10명 단위의 단체손님도 계셔서 테이블이 작다는 불만도 손님들이 많이 가지신다.
또 주방에서도 협소함을 느낀다. 처음에는 매장이 작으니까 주방도 작아도 상관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싱크대가 작다보니 카페를 운영하기에는 불편함이 따른다.
Q. 창업 전과 후 생각의 변화가 생겼다면?
부모님이 도매업에 종사하셔서 사업에 대한 정보는 다른 사람들보다 접근성이 높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임대료 전기세 재료값 등을 포함해 일정 이상의 매출을 넘기면 손익 분기를 넘길 거라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창업해보니 벌레퇴치업체 수수료, 업종 보험금, 적금, 주차장 임대비, 용기 구입비 등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의 지출이 너무 많았다.
또 인건비가 생각보다 상당했다.
또 어르신분들 중에 짓궂으신 분들도 계신다. 술을 사 오라고 하신 적도 있고, 빵 썰어보라고 하신 적도 있다. 많이 당황했지만, 차츰 적응하고 있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카공족)이 많이 올 줄 알았는데 많이 오지 않아 아쉽다. 음료 한 잔 사서 온종일 카페에 있어도 괜찮다.
Q. 3D 프린터를 카페에 도입했는데?
웹 상에서 3D 프린터가 음식에도 사용된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이후 꾸준히 관심 갖게 됐다. 카페에도 들여놓으면 좋을 것 같아서 독일에서 3D 프린터를 하나 사 왔다.
카페에 있는 메뉴도 한정적이라 내 카페만의 새로운 아이템을 손님들께 제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근데 3D 프린터를 처음부터 창업 아이템으로 구상했으면 괜찮았는데, 창업에 대한 대략적인 계획을 전부 세우고 난 후 즉흥적으로 프린터를 들여오니 포기할 수 없었다.
사용하기도 생각보다 힘들었다. 처음에는 3D 프린터를 이용해 캐릭터도 만들고 피규어도 만들고 다양한 모양의 초콜릿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또 독특한 디자인으로 작업하려고 하면 내가 직접 디자인을 다 해야 되고 업체에서 제공하는 도안은 예쁘지 않다. 기계 자체의 내구성도 그렇게 좋지 않다.
손님들께 커피를 비롯한 모든 음료와 3D 프린터로 만든 초콜릿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 목표였였다. 근데 수량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생겨서 젤라또가 나오는 메뉴에만 초콜릿을 무료로 제공하고, 나머지는 추가금을 받고 판매하고 있다.
지금은 3D 프린터가 3대 있는데, 하나가 80만 원 상당이라 기계를 늘리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카페의 시그니처가 됐고, 많은 손님들께서 관심 가져주시니 좋다. 조금 생소해하시는 손님들도 많다.
Q. ‘쵸피’ 카페의 콘셉트는 꾸준히 유지하실 생각인가?
지금 카페를 언제까지 운영할지는 모르겠지만, ‘토이카페’라는 컨셉은 계속 유지할 생각이다.
손님들이 내 카페에 와서 내가 만든 토이들을 가지고 놀면서 편하게 휴식을 취하다 가실 수 있다면 그보다 행복한 것은 없을 것이다.
Q. ‘쵸피’ 카페의 대표적인 메뉴는 무엇인지?
창업 전에 카페 알바를 많이 했었다. 그 당시에 익혔던 음료 만드는 기술과 평소에 즐겨먹던 여러 가지 음료들의 레시피를 적절히 조합했다.
특히 우리 카페는 ‘아이스티’가 시그니쳐 메뉴다.
사실 어딜 가든 아이스티의 맛은 천편일률적으로 다 같다. 카페 알바를 할 때도 ‘나중에 내가 카페 사업을 한다면, 나만의 음료를 개발해 팔아야 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
복숭아 음료에 들어가면 맛있을 법한 것들을 나만의 방식대로 조합하니 지금의 아이스티가 됐다. 손님들의 반응도 좋다. 아이스티만 드시러 오시는 단골손님도 계시고, 수십 잔씩 사가시는 손님도 계신다.
Q. 카페 ‘쵸피’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지면?
‘모두가 만들어가는 카페’다. 우리 카페는 뽑기 기계도 있고, 낙서장도 구비돼 있다. 실제로 낙서장은 손님들이 그린 낙서를 주마다 프린트해 벽에 붙이고 있다.
또 앞으로 내가 만든 토이도 전시할 계획이니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
Q. 본인만의 창업 철학이 있다면?
부모님이 도매업에 종사하시다 보니 사업에 대해 많이 배웠다. 부모님이 사업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팔리지 않으면 나눠 주자’고 생각한다. 재고가 되면 버려야 되기 때문이다.
또 카페 사업은 단순 요식업이 아니라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한다. 손님에게 장소를 마련해주고, 음료라는 매개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공족들이 자주 온다면 음료 한잔을 시키면 온종일 앉아 있다 가셔도 되고, 휘낭시에도 무료로 제공할 의향이 있다.
많이 방문하시길 바란다.
Q. 앞으로의 목표는?
나와 비슷한 취미를 가진,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 자유롭게 창의적인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은 게 내 꿈이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생각이나 계획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도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