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광의 총학일기] 다섯가지의 주제를 각자 한단어로 풀어보려한다. 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을 하자면 이번 칼럼에서는 총학생회로 당선되기 전까지의 삶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풀어볼 예정이다. '빚'이라는 단어는 첫번째 주제를 풀어내기에, 그리고 본인이 아직 애정하는 경북대학교 총학생회에도 희미하게 남아있을 수도 있기에 선택하게 되었다.
먼저 아래의 사진을 보면 총학이 빚으로 시작한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혹자는 '50명 이상 되는 선거운동본부를 꾸릴 필요가 있는가, 온라인으로만 경제적으로 선거운동을 하더라도 충분히 당선될 수 있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겠지만 경북대학교의 경우 재학생 수 3만명, 일반적으로도 2만 ~ 3만명에게 닿을 수 있는 방법은 오프라인이 제일 확실하다. 이는 전국의 총학생회 공식 SNS 계정의 팔로워 수나 게시물 좋아요 수를 보면 바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여튼, 정치인들은 지혜롭게도 선거비용을 세금으로 보존받는 법을 만들어놓았고 교수들도 각 대학의 학칙에 이와 비슷한 조항을 넣어두었지만 순수하고 임기가 고작 1년인 학생들의 대표자는 대부분의 선거관련 비용을 사비로 부담해야한다. 이것이 불쌍했는지 전체 선거자금의 1/20정도는 대학본부에서 학생자치를 위한 다는 명분으로 지원해주었던 내용이 남아있다.
이렇게 빚을 지지 않기 위해 가끔, 혹은 대부분의 총학생회는 마음의 빚으로 이를 대신한다. 즉, 정치성향이 확실한 선배들의 금전적 지원을 받는다. 각 대학의 민주동문회라던가, 혹은 그에 반대되는 성향의 선배들에게는 사실 수백만원의 돈은 십시일반하면 모을 수 있는 금액이기에 이런 현상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모르게 지속되어 왔을 것이라 생각된다. 애초에 학생회 선거에는 선거자금에 대해 공개를 해야할 의무 조항이 없는 것도 이것 때문일 것이라 추측해본다.
아무튼 이렇게 빚으로 시작되는 총학생회이다보니 가끔 금전적인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가령 어떤 업체들은 돈을 백만원 정도 줄테니 SNS에 홍보를 쫌 해달라는 경우도 있었고, 또 실제 총학생회실로 왔던 전화 중에는 어떠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 '왜 시위를 하지 않느냐, 집단행동을 주도하면 입금해주겠다'라는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총학생회가 가장 큰 빚을 지는 대상은 낯뜨겁게도 '학우 여러분'이라고 칭해지는 학생들이 아닐까 싶다. 학생들과 소통하고, 학생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겠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건 쉽지 않다. 당선을 위해서는 소리치고 인사하고 사람 좋은 척 하지만, 그런 노력은 당선 이후에는 대부분 지속되지 못한다. 결국 당선을 기점으로 채무가 발생하는 현실이다.
이것은 의지가 없다기 보다는 능력의 부족이라 생각되나 학과나 단과대학 학생회가 아닌 총학생회 정도의 경우는 무능은 죄악이라 변명할 수는 없다. 아무튼 1년의 임기가 끝날 때 쯤이 되서야 드디어 능력의 씨앗이 조금 꿈틀한다. 하지만 이미 그때는 빚을 갚기엔 시간의 여유도 없을 뿐더러 학생들에게 진 채무의 존재마저 잊어버린다.
이렇게 이전의 총학생회의 임기가 끝나고 새로운 총학생회가 출범한다. 그리고 다시 무능에서 시작해서 능력이 생길 무렵 임기는 끝이나고 이 사이클은 전국적으로 수십년간 반복된다.
이처럼 여러 빚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총학생회는 결국 과거 386의 시대 이후로 끊임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많은 대학교들에서 총학생회장단 입후보자가 없어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는 현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으며 더 심각한 사실은 비상대책위원회나 정식 총학생회나 큰 업무상 능력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아무튼 필자는 굳이 각 대학의 총학생회가 백년만년 유지되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수십년간 전국적으로 수많은 총학생회들이 학생들에게 진 빚을 어떤 방법으로 갚아야하는가에 대한 고찰이 총학생회의 새로운 방향과 존폐에 대한 고민과 함께 꼭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조영광 칼럼니스트 beglory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