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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조영광의 총학일기④]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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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광의 총학일기'는 경북대학교 부총학생회장을 역임했던 본지의 조영광 칼럼니스트가 연재하는 기획칼럼입니다.

 

 청년나우 조영광 칼럼니스트 | “총학생회하면 차 한대 뽑고 나오잖아?”

 

그렇다. 총학생회와 ‘차’라는 단어는 생각보다 가까운 관계이다. 아쉽게도, 혹은 다행스럽게도 본인은 차를 뽑기는커녕 수백 혹은 천만원 이상의 사비를 공식, 비공식적으로 지출했던 부총학생회장이라 오히려 이 문제는 참 떳떳하다.

 

오늘의 칼럼에서는 실제로 총학생회비는 어떻게 운용되는지, 총학생회의 1년 예산은 대략 얼마정도인지 등을 한번 다뤄보려 한다.

 

 

 

먼저 위의 인포그래픽(경북대학교 2019년 상반기 총학생회 사용 내역)과 도표(경북대학교 2018년 상하반기 총학생회비 사용 내역)을 보면 당시 한학기에 8,000원(현재 10,000원)이었던 총학생회비의 세부 사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말이 총학생회비이지 실제로 총학생회 중앙집행위원회(집행부)의 사업비로 쓰는 돈은 10%가 겨우 넘는 수준이다. 절반 정도는 단과대학 학생회로 흘러가고 기타 여러 가지 조직들로 대부분의 총학생회비는 배분된다. 즉, 총학생회비가 한 학기를 기준으로 5,000만원 정도 모인다면 그 중 실제 총학생회장단과 중앙집행위원회가 주도적인 사업에 운용할 수 있는 비용은 500만원 정도라는 말이다.

 

이러한 배분의 절차를 담당하는 곳이 총학생회 산하의 예산심의 소위원회인데 대략적인 구성은 아래와 같이 각 단과대학에서 1인을 추천해서 위원으로 위촉하는 형태이다. 그리고 해당 위원회에서 의결을 통해 배분안이 결정되기 때문에 총학생회장단과 중앙집행위원회가 마음대로 배분 비율을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배분 절차가 완료되면 아래와 같이 예산심의 소위원회의 이름으로 예산 ‘안’이 공고되고 이는 지난번 언급한 학과 학생회장 등으로 구성된 백명이 넘는 전교학생대표자회의에서 의결되어야 집행이 가능하다.

 

 

이러한 나름의 메카니즘을 통해 총학생회비를 집행할 수 있기에 정상적인 학생사회의 구조가 살아있다면 총학생회비를 통한 ‘자동차’의 구입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몇 년 전 H대학교에서도 총학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약 500만원 정도의 총학생회비를 사적 운용한 것이 문제가 된 적이 있는데 그것은 이미 해당 학교의 학생사회가 비상사태가 되어버려 비상대책위원장이 총학생회장의 직무를 대리하는 상황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총학생회비 이외에 총학생회가 운용할 수 있는 예산은 무엇이 있을까?

 

대학의 대학회계가 있다. 총학생회와 단과대학 학생회 등 대부분의 학생 단체들이 합쳐서 약 2.5억 ~ 3억 정도의 금액을 매년 배정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 중 2억 정도는 총학생회장단과 중앙집행위원회, 그리고 나머지를 각 단과대학 학생회들이 나눠서 집행한다.

 

보통 2억 중 1억 이상을 대동제에 투입하고 나머지를 가지고 야식마차, 명절버스 등 총학생회에게 당연히 기대하는 사업들, 그리고 해당 총학생회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사업 중 예산이 투입되는 것들을 진행한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자동차를 뽑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에 집중해보도록 하자.

이제 2억 정도가 생겼으니 자동차는 여기서 뽑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 일단 원하는 자동차가 조달청 나라장터에 등록이 되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2억이라는 돈은 총학생회장이나 사무국장의 통장으로 입금할 수 없는 대학의 예산이기 때문이다. 즉, 차를 사고 싶다면 대학본부에 총학생회가 차가 필요하니 구입을 해야겠다라고 공문을 보내야 한다.

 

이마저도 어찌어찌 대학본부 총학생회 담당자와 쿵짝이 맞아 잘 진행이 되더라도, 애초에 총학생회에 지급되는 예산의 항목의 이름은 ‘문화 및 학술활동 지원금’이다. 문화 및 학술활동을 위한 예산으로 자동차를 사는 것은 누가 봐도 부적절하지 않는가.

 

그리고 여기서 마지막 킬링포인트가 나오는데, 총학생회가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문화 및 학술활동 지원금’은 대학본부의 예산 중 일부로서 국립대인 경북대의 경우에는 국정감사 대상이었다.

 

즉, 대학 총장이 국감장에서 ‘왜 총학생회에게 차를 사주었죠?’라는 질문을 들어야 한다는 말인데 상식적으로 결국 불가능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법이 후원금이다. 즉, 총학생회의 스폰서가 돈을 줄테니 업체 홍보를 해달라, 혹은 어떤 정치적인 액션을 취해달라라는 요구가 있을 수도 있다. 그 돈이 내가 경험해본 바(예를 들면 자동차 운전학원이 100만원을 줄테니 총학생회 건물 앞에 배너를 설치할 수 있게 해달라, 특정 정치적 사안에 대해 시위를 하면 입금해주겠다 등)로 작게는 백만원 단위일 수도 있지만 더 넓은 세상이 있을수도 있을 것이기에 쉽게 단정 짓지는 않겠다.

 

이마저도 한두번은 티나지 않게 할 수는 있겠지만, 총학생회의 정상 범주에서 중앙운영위원회와 전교학생대표자회의가 정상작동 한다면 이 또한 불가능하다.

 

오히려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차를 뽑기 위해서는 공식적인 견제와 감시가 전혀 없는 학과 학생회가 좋은 수단이 될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 학생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본주의와 상식에 입각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 마저도 좋은 차는 사지 못하고 중고차 정도의 금액이라는 점이 아쉬울테다.

 

결론을 짓자면, 총학생회 활동을 함으로써 차를 뽑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물론 학생사회 내부적인 시스템이 없어서 견제와 감시가 이뤄지지 못하는 ‘잡’대학은 제외하도록 한다.

 

물론 정말 확실하게 총학이나 기타 학생회가 차를 뽑을 수 없게 하려면 학생회에서 일어나는 범법행위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긴 할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실수를 한 학생’으로서의 접근보다는 ‘횡령과 사기를 저지른 범죄자’로 보고 접근하면 매우 간결해질 것이라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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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광

청년나우 조영광 칼럼니스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