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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일 칼럼] 취(酒)중 카톡의 위험성: 디지털 소통 시대의 명암(明暗)

 

 

 

 

 

이소일 칼럼니스트    

 

한국소통문화연구소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50대 이상 성인의 67%가 “술자리 후 보낸 메시지를 후회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중 42%는 ‘단체 채팅방 탈퇴’로 이어졌다고 한다. 이런 통계가 남의 일 같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

 

"아침에 단톡방을 확인하고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10년 넘게 주말이면 테니스로 함께 땀 흘리던 동호회를..." 최모(56)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전날 밤 회식 자리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일요일 오후, 평소처럼 테니스장에 나왔다가 여자친구를 게스트로 동반한 것이 화근이었다. 하필 그날은 평소보다 많은 회원들이 나와 타임 배정이 촉박했다. 자연스레 회원들 사이에서 "정회원도 한 번 치기 힘든데 게스트는 좀 그렇지 않나요?"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술자리에서 이 말이 다시 거론됐다.

 

1.  취중 '손가락 폭탄'의 참상(慘狀): 한 번의 실수가 10년 우정의 균열로 이어진다. 예전에는 취중 전화 한 통이 고작이었다. 아침이 되면 희미한 기억으로나마 사과할 수 있었고, 상대방 역시 "술김에 한 소리"로 넘어가주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술기운에 던진 메시지 하나가 디지털 세상에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는다. "아침 일찍 동호회 회장님께 전화가 왔더군요. '시간대를 보니 아마도 취중에 쓴 글 같아서 연락드렸습니다.' 그 말씀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회장님 말씀으로는 제가 '그동안 홍보이사로서 동호회 발전을 위해 이벤트도 기획하고 매번 사진도 찍어 올리며 나름 열심히 했다고 자부했는데...'라는 장문의 글을 단체 채팅방에 올리고, 급기야 '이런 식이면 더 이상 함께할 이유가 없겠습니다'라는 폭탄선언과 함께 단톡방을 나가버렸다고 하더군요. 전혀 기억나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2.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위험: 세상은 편리해졌지만, 그만큼 위험도 커졌다. 스마트폰 하나로 언제 어디서든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주말 새벽에도, 술자리 한창일 때도 손가락 하나면 충분하다. 평소라면 삼켰을 말들이 술기운에 실려 단톡방으로 쏟아진다. "밤새 쓴 메시지가 스크린샷으로 남겨질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회원들 모두가 다음 날 아침 그 내용을 다시 읽게 될 거라는 생각은 더더욱요."

 

3. 현명한 중년의 디지털 매너: 술자리에서의 스마트폰은 독약이나 다름없다. 젊은 세대도 이미 '음주 SNS 금지'를 불문율로 삼고 있다. 하물며 우리 세대는 어떠해야 할까. 10년, 20년 함께 해온 동료들과의 관계가 한순간의 실수로 무너지지 않으려면, 다음의 원칙들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첫째, 술자리에서는 스마트폰을 가방 안에 넣어둔다. (보낼 만한 메시지는 내일 아침에 보낸다)

둘째, 부득이하게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면, 단순 안부만 전한다. (감정이 섞인 대화는 자제한다)

셋째, 동호회방은 순수하게 운동과 관련된 이야기만 나눈다. (사소한 감정싸움은 큰 균열 초래)

 

4. 디지털 시대의 '군자지덕(君子之德)': 옛 선현들은 말했다. 군자는 술에 취해도 예를 잃지 않는다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새로운 덕목이 필요하다. 취중에도 '디지털 예(禮)'를 잃지 않는 자세다. 대한생활체육회의 조사에 따르면, 음주 후 메시지 전송을 자제하는 동호회의 경우 갈등 발생률이 43% 낮았다고 한다. 특히 우리 세대는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젊은 세대에게 본보기가 되어야 할 터이니.

 

술에 취해 던진 메시지 하나가 오래된 인간관계를 한순간에 무너뜨린다. 디지털 시대의 '손가락 폭탄'은 한번 터지면 그 파편이 영원히 남기 때문이다. 우리의 스마트폰은 때로는 관계의 다리가 되지만,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균열의 시작점이 된다.

 

"취중진담(醉中眞談)"이라는 말이 있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취중침묵(醉中沈默)"이 더 현명한 선택이다. 한 잔 술에 오랜 세월 쌓은 우정이 스러지지 않기를. 그리고 우리 모두의 주말 테니스가 변함없이 즐거운 기억으로 남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참고자료:

  • 한국소통문화연구소, '디지털 시대의 음주 소통문화 실태조사' (2023)

  • 대한생활체육회, '생활체육동호회 운영 실태 및 갈등관리 분석 보고서' (2023)

  • 본 칼럼은 실제 사례와 통계를 바탕으로 재구성, 사용된 이미지는 생성형 AI로 제작되었습니다.

 

필자소개 

  • 이소일 (디지털문화평론가)

  • 前) 연합뉴스 기자

  • 現) (주) D3-Lab 대표이사

  • 저서) 『장소특정 설치미디어아트』 , 『외화면과 영화공간의 확장』 外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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