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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못하는 역사교육③] '우리민족끼리'식 역사 서술

청년나우 조주영 기자 | 해방 이후의 혼란한 건국과정과, 반공주의를 강조한 독재정권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던만큼,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민족주의가 강조된 것은 필연적인 반작용일 것이다. 그러나 서술하였듯 세계화 시대 속으로 접어든지 오래인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을 단순히 외세로부터 고통받았던 존재로 묘사하거나, 분명히 대한민국 역사에서 악영향을 끼쳐왔던 북한 정권을 ‘같은 민족이다’라는 이유만으로 애써 감싸안으려 하거나 양비론적인 책임전가만을 하는 것이 과연 시대정신에 부합할지는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것이 우선적으로 근대에서 지나친 ‘제국주의적 침략’과 그에 대한 ‘우리의 저항’을 강조하는 사례를 들 수 있다. 역사교과서에서 ‘이양선의 침략’, 혹은 러시아 등을 포함한 열강의 경제적인 이권침탈에 대해서는 상당수의 서술이 이어졌지만, 흥선대원군, 혹은 명성황후 등 조선의 내재적인 알력다툼에 대해서는 설명을 할애하지 않거나 교육현장에서 ‘조선의 자주권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한 사람’이라고 묘사하는 경우가 상당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미 학계에서 반박된지 오래인 ‘자본주의 맹아론’이 교육 과정에서 서술된 경우를 볼 수 있었다. 요약하자면, ‘서구 열강이 없었어도 우리나라는 자연스러운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는 ‘가능성’에 대해 서술한 것이다.

 

반면 일제강점기 당시 식민지 조선의 경제활동은 “약탈과 수탈, 그리고 그에 대한 대항이 아닌 경제활동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묘사한다는 것이 문제점이다. 실제로 <천재교육> 역사 교과서에서 ‘실력양성론자’ 등 민족자본을 중시했던 김성수 선생 등에 대하여 ‘일제에 협력하는 등의 한계점을 보였다’라고 서술한 것을 대표적인 예시로 들 수 있다.

 

이러한 ‘우리민족끼리’ 사관은 해방 이후 건국 과정에서도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양태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광복 이후 ‘단독정부’ 노선을 거부하거나, 미군정과의 협력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인사 중 한명인 여운형씨의 <조선건국준비위원회> 활동이 크게 부각된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비상교육>은 해방 직후 미-소 공동위원회가 파행된 사건을 다루며 바로 다음 문단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정읍발언’과 좌-우 합작운동을 잇달아 소개하고 있는데, 이러한 방식의 서술은 필연적으로 독자로 하여금 당시의 정치적 상황이 통일정부 수립이 가능하였음에도 불구, 단독정부 수립만을 고집한 이승만 계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심어주며, 반대로 북한과의 협력을 강조한 세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유발한다.

 

대한민국에게 가장 큰 피해를 안겨준 사건 중 하나인 6.25 전쟁에 대한 서술과정에서 양비론적인 서술만을 고집하는 서술도 돋보인다. <천재교육>의 경우 6.25 전쟁 직전 국경지대에서 벌어졌던 수많은 분쟁 사례를 나열하며 ‘이와 같은 상황에서 남-북은 서로 통일을 주장하였다”라는 서술을 펼쳤으며, <금성교과서>의 경우 “전쟁 과정에서 이승만 정부는 반공주의를 내세워 정치적 반대세력을 억압하거나, 정권의 부패와 무능함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탄압했으며 북한 역시 김일성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를 펼쳤다”라는 서술을 통해 전쟁의 책임보다는 두 독재자들이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만을 부각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밖에도 북한의 경제개발 과정을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대한민국의 경제시스템에 대해서는 한계점을 중점적으로 서술한 점, 북한과의 협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다루었으나 천안함 폭침 등의 북한에 의한 무력도발은 의도적으로 회피한 부분 역시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화 시대 속에서 부적합한 서술도 상당히 보이는데, <금성출판사> 교과서는 제4부의 도입부에서 대한민국의 성립을 규정한 세계사적 조건을 1)동서냉전, 2)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과 변화, 3)제3세계의 형성 등 세 가지로 소개하고 있다. 미국의 리더십하에서 제국주의가 해체되고 자본주의 진영이 커다란 번영을 이룩한 현대 세계사의 주류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며, 교과서 집필자들의 이념이 반제국주의 제3세계 혁명론에 사로잡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몇 년까지만 해도 ‘백의민족’, ‘단일민족’이라는 내용이 교과서에 대거 포함되었다가 최근에 와서야 삭제된만큼, 대한민국이 전반적으로 배타적 민족주의의 영향으로부터 현재까지도 자유롭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화 시대 속에서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교과서에 계속해서 반영하려는 시도가 지속될경우, 이는 미래세대에게도 해악을 끼치는 발상임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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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영

청년나우 칼럼니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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