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매일 허창영 편집장 |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대구시 동성로 복판에서 개최된 와중 경찰과 시청 공무원들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17일 오전 9시 30분경 대구시 중구 반월당역 13번 출구 부근에서 축제 주최 측이 무대 장비 차량을 진입시키려 하자, 대구시청 공무원들이 막아섰다.
경찰들은 공무원들에게 “적법한 집회”라고 외치며 무대 차량의 진입을 위한 길을 열어줬다.
경찰과 공무원이 다툼을 벌일 때 한 공무원은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축제 참가자는 “공무원들은 이 축제를 막을 권한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축제가 진행되는 장소 근처에서 음식점 영업을 하는 A 씨는 “불법적인 집회 때문에 장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이런 축제를 허가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축제가 진행된 지 약 1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현장 점검에 나선 홍준표 대구시장은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 부근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대응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홍 시장은 “집회 차량을 진입한 행위는 불법 도로점거를 방조한 것”이라며 “대구경찰청장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이같이 말했다.
홍 시장은 “법원에서는 집회 시위를 제한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지, 불법 도로 점거까지 허용하라고는 판결하지 않았다”며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하라는 판결은 대한민국 법원 어디에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침에 경찰이 불법 점거 시위를 보호하기 위해 공무원들을 밀치고 버스통행권을 제한했으면 트럭(무대차량)도 못 들어가게 했어야 한다”며 “경찰과 사전에 수차례 협의했는데 경찰청장이 법을 이렇게 해석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대구경찰청은 대구시가 도로점용허가 없이 설치되는 퀴어문화축제 시설물에 대해 '행정대집행'을 예고하자 “시 차원에서 축제를 방해하는 것은 무리한 조치”라는 내부 판단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집회의 자유’ 범위 내에 있다면,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집회라 하더라도 형사법과 행정법의 해석을 통해 정당한 집회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집회를 강제로 해산해야 할 만큼 공공의 안녕질서에 명백한 위협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으면 행정대집행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례 등을 근거로 대구퀴어문화축제 측 무대설치를 막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찰청 공무원직장협의회연합은 성명문에서 “적법한 신고를 마친 집회에 도로 점용 허가를 요구하는 것은 집회를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변질시키는 것”이라며 “검사 출신으로 법을 잘 아는 분이 왜 이러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