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매일 허창영 편집장 |
야당 주도하에 국회에서 통과됐던 이른바 ‘간호법’이 다시 국회로 돌아가게 됐다.
오늘 열린 윤석열 대통령 주재의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이 의결됐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지난 ‘양곡관리법’에 이어 2번째로, 헌정 이후 68번째 거부권 행사다.
윤 대통령은 이날 간호법이 "유관 직역 간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간호 업무의 '탈의료기관화'는 국민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5일 간호법안 관련 입장 발표 브리핑에서 "간호법은 협업이 필요한 의료현장에서 특정 직역을 차별하는 법안"이라며 "간호조무사에 대해 학력 상한을 두고 있어 국민의 직업 선택 자율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우려했다.
지역사회 문구, 간호조무사 학력 상한 등...간호법 논란의 쟁점
간호법 1조의 기본 골자는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에 의료단체들은 '지역사회'라는 문구를 비춰 볼 때, 해당 법안이 간호사들이 단독으로 의료시설을 개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관련 조례안을 추가할 경우, 간호사들이 단독 의료행위도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도 간호법에 반발하고 나섰다. 간호법에는 간호조무사 조건으로 ‘특성화고 졸업’ 또는 ‘간호조무사학원 이수’ 등으로 학력 상한을 명시하고 있어 '특정 직역 차별'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무협은 해당 조항을 폐지하고 간호조무사 양성만을 위한 2년제 대학 학과 등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 장관도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의료인 간 신뢰와 협업 저해 ▲의료에서 간호만 분리하면 의료기관 외 사고에 대한 보상 청구 등 국민 권리 제한 ▲돌봄을 간호사만의 영역으로 만들 우려 ▲간호조무사 학력 상한 등을 간호법 반대 사유로 내세운 바 있다.
하지만 간호사협회 측은 숙련된 간호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문화 및 세분화가 필요한 간호사의 업무를 체계적으로 다루는 법의 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초고령 사회가 도래하면서 필수 간호인력의 수요는 증가하지만, 간호사에 대한 처우와 근무환경이 저하돼 간호사들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이하 OECD)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 근무 간호사는 우리나라는 3.8명으로 OECD 평균인 8.9명에 턱없이 부족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간협에 따르면, 1년 이내에 일을 그만두는 간호사는 ▲2018년 42.7% ▲2019년 45.5% ▲2020년 47.7%로 점점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쟁점들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간호법에 대한 찬반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간협 “간호법은 대통령 공약, 총궐기 통해 허위사실에 따른 책임 물을 것”
수십년 전부터 간호법 제정의 필요성을 부르짖던 대한간호협회는 이번에 간호법 제정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집단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간협은 지난 15일 ‘허위사실로 간호법 거부권 건의한 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 규탄’ 성명서를 발표하며 “간호법 제정이 대통령께서 약속한 공약인 만큼 울분과 분노를 누르고, 허위사실의 실체를 밝히고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간협은 성명을 통해 “코로나 종식을 선언한 지금까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단 한 번도 국민의 곁을 떠나지 않았던 간호사들에게 간호법이 국민생명을 볼모로 하는 ‘입법독주법’이라는 누명을 씌운 그 발언과 행태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62만 간호인의 총궐기를 통해 그 치욕적인 누명을 바로잡고, 그 발언의 책임자들은 반드시 단죄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연대 "간호법 거부권 환영…상황 예의주시할 것"
간호법 제정안에 반발하며 오는 17일 총파업을 예고했던 보건복지의료연대가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환영하며 파업을 유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간무협 등 13개 단체로 이뤄진 의료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400만 회원은 환영의 뜻을 밝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7일 계획한 연대 총파업은 국민의 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깊은 고뇌 끝에 국회 재의결시까지 유보할 것"이라며 "법안 처리가 원만히 마무리될 때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