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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기획]'날개없는 추락' 대학 언론, 역할을 잃어버린 채 방황하다

청년매일 허창영 편집장 | 

학내 구성원의, 학내 구성원에 의한, 학내 구성원을 위한 언론 즉 '대학 언론'은 대학 이슈를 적극적이고 올바르게 전달하기 위해 불철주야 발벗고 나서고 있다.
 

1980년 대 전후로 학생운동의 등장과 그의 힘이 대단해지면서 대학 본부 측이 아닌 학생 스스로가 '대학 언론'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학생사회의 모습을 학생의 눈높이에서 반영하고 있다. 

 

이어 SNS 정보 사회가 도래하며 '대학 언론'은 단순 지면 발행뿐 아니라 SNS를 통해서도 학생들과 적극 소통하려 한다. 

 

하지만, 최근 대학 언론이 각종 변수들의 등장으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변수들은 상수로 고착화되고 있고, 학생들의 관심에서 대학 언론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종이 신문 열독률 감소와 맞물린 대학 언론의 위기


최근 종이신문의 이용률은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종이신문의 약세는 신문, TV, 라디오, 잡지 등과 같은 전통적인 매체 이외에 인터넷의 등장과 확산으로 뉴스 환경이 매년 급속히 변화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스마트폰 및 태블릿 PC 등 모바일 기기의 보급은 이 변화를 부추겼고, 인터넷 포털, 메신저 서비스, SNS, 팟캐스트,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등의 등장으로 더욱 확대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난해 <언론수용자 조사>결과에 따르면, 구독료 지불 여부와 상관없이 종이신문을 정기적으로 구독하고 있다는 응답 비율인 ‘종이신문 이용률’은 8.4%로 나타나, 종이신문을 구독한다는 비중이 10가구 중 1가구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연령이 낮을수록 인터넷 기반 매체를 더 많이 이용하고 신뢰하는데, 20대의 종이 신문 이용률은 3.5%에 그쳤다.

 

전문 기자가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일간지의 구독률도 크게 감소했는데, 20대가 대부분인 대학교에서 비교적 신뢰도가 떨어지는 학생들이 쓴 기사가 실린 종이 신문의 이용률은 두 말할 것 없다.

 

아무리 좋은 주제와 양질의 기사를 썼다 한들 그 기사를 읽는 학내 구성원들은 총학생회나 대학본부 교직원고 등과 같은 학교에 관심이 많은 소수의 사람뿐이다.

 

대구 소재 대학 언론 기자 A 씨는 "봄이 되면 교내 공원에 꽃이 많이 개화해 사람들이 피크닉을 즐기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언론이 만든 신문지를 공원에서 깔고 앉는 사람들을 종종 봤다"며 "피땀 흘려서 만든 신문인데 현실이 너무 고달프다"고 말했다.


바쁜 일정, 줄어든 예산, 취재 비협조...힘 빠진 대학 언론


대학 언론에 지원하는 학생들도 크게 줄고 있다. 대학 언론에서 활동하면 학과 생활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이 대표적인 이유이다. 

 

대학 언론에서 활동한다면 매 주 모여 아이템 회의나 기획을 해야 하고 취재와 기사 작성과 함께 수습기자도 수시로 교육해야 하기에, 다른 동아리나 대외활동을 병행하기에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대학본부에서는 기자들에게 취재비와 장학금 등의 지급이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이마저도 대학 언론을 찾거나 관심을 가지는 학내 구성원이 줄어들면서 예산 지원이 적어지고 있다.

 

A 씨는 "대학 언론에서 활동하면 시간을 굉장히 많이 빼앗기고, 학점관리는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며 "발행 마감 작업이 끝나는 즉시 다음호 신문 발행을 준비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방학 중 일정도 있어 중간에 휴식을 취하기도 쉽지 않고, 휴학도 힘들다"며 "기자 수가 줄어들면서 기자 당 할당량이 늘어난 마당에 학생들의 지원 자체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학 언론 기자 B 씨는 "카메라나 마이크 등 신문사에 빠져서는 안되는 핵심 장비가 고장났는데도 대학본부 측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며 "예산이나 인프라 지원이 줄어드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밝혔다.

 

한편, 대학 본부나 학생사회에서 학생 기자들의 취재에 비협조적인 경우도 있어 대학 언론이 가지는 힘이 줄어들고 있다. 

 

대학 언론 기자 C 씨는 "일부 대학 본부의 주무관은 내가 궁금한 점을 질문하면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취재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는다"며 "학생회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방황하는 대학 언론, 내부에서 동력 찾아야


학내 구성원들의 담론과 아젠다를 형성하고 전달해야 하는 대학 언론의 위기는 이전 언급한 여러 이유들로 인해 피할 수 없는 숙명인 것처럼 보인다. 

 

대학 언론의 '주무기'인 종이 신문은 쇠퇴기를 걷고 있고, 학생들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해 본부의 지원마저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대학 언론은 꽤 오랜 시간동안 학내에서 버텨왔고, 수많은 기사를 통해 학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해 온 만큼 반드시 운영돼야 하는 학내 자치기구이기도 하다.

 

이러한 위기를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는 것이 대학 언론 기자들의 역량이자 기자로서의 사명이다. 미디어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이에 맞게 시스템을 바꾸고, 내부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대학 언론이 위기에서 벗어나는 열쇠인 것으로 예상된다.

 

 

프로필 사진
허창영

안녕하세요, 청년매일 발행인·편집장 허창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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