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나우 김윤지 기자 | 사회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변화와 움직임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연대를 통해 차별과 폭력이 없는, 모두가 안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양한 움직임, ‘다움’은 다양성, 연대, 폭력 없는 세상에 대한 고민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발걸음을 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에서 올해 청소년의 나이로 대학 새내기가 된 오유진 씨는 다움에서 활동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하며 2년째 대구에서 활발히 공익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오유진 씨가 바라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청년나우>는 12일 저녁 본지 사무실에서 그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우선 자신의 소개를 부탁한다.
"자연을 닮은 사람, 오유진이다. 다양한 움직임, ‘다움’이라는 교육공동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교육공동체라고 소개했는데 교육공동체가 무엇인가.
"다움은 인권공동체에서 출발했다. 인권공동체를 하다 아쉬웠던 점이 인권에 대한 문턱이 높다는 것이었다. 사실 인권이 별다른 것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것인데 말이다. 사람들이 분리되어 있다 보니 접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이질감을 느끼더라. 이런 것을 없애기 위해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이러한 문턱을 낮추고 장벽을 허무는 데 가장 좋은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권공동체에서 올해 교육공동체로 성장하게 되었다. 어떠한 주제 하나에 대해서 깊게 파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제들의 교차성을 보고 같이 배움의 형태로 풀어내는 단체다."
-학교 밖 청소년에서, 대학에 입학하기까지 소개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가.
"15살에 중학교를 자퇴했다. 부모님과 상의를 하지 않고 통보를 했다. (웃음) 자퇴 생각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했었다. 학교에서 말하는 성공의 의미, 상대방을 밝고 올라서야 성공한다는 경쟁구도, 매일이 똑같은 일상에 회의감을 느껴서 1년 동안 고민을 하다가 자퇴계획서 100장을 적었다. 중학교 2학년 때 부모님께 자퇴계획서를 보여드리고 3일 만에 자퇴를 했다. 중학교 검정고시는 16살에 쳤고 고등학교 검정고시는 17살에 쳤다. 친구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고등학교 졸업을 해버렸다. 그러고 나서 시민단체 활동을 많이 했었다."
"학교 밖에 나와서 어울리는 분들이 전부 배우는 것을 좋아했고 사회적 경제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이었다. 사회에서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것들을 당연하게 바라보지 않는 분들이었다. 그런 분들과 같이 있다 보니 자연스레 사회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사회학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청소년의 나이로 대학에 다니면 어떤가.
"아주 패기가 넘친다. (웃음) 대학은 어쩔 수 없는 권력관계가 작동한다. 친구들이 교수님한테 잘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반론을 제기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저는 전혀 그러지 않는다. 이상한 거 있으면 무조건 손들고 나와서 잘못됐다고 이야기한다."
"며칠 전 학교에서 동성애 관련 수업을 들었다. 수업의 많은 부분들에 혐오와 차별이 있었다. 그런데 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수업 시간 내내 괴로워하다가 수업 마치기 전에 이의를 제기했다."
"다 맞다고 하는데 혼자 아니라고 할 수 있는 힘이 저한테 있는 것 같아서 기뻤다."
"청소년의 나이로 대학을 다닌다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는 것 같다. 친구들이랑도 이름 부르고 지낸다. 제 삶에서 나이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현재까지 진행했던 활동들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안전한 공동체에 대한 욕구, 부재를 실감해서 18살 때 비폭력청소년공동체 ‘간디’라는 인권공동체를 만들었다. 그때 4명의 친구들과 함께 4가지 주제(학생인권조례, 학교폭력, 성폭력, 가정폭력)로 활동을 했다. 공동체 외의 사람들과도 같이 대화하는 모임을 가졌다. 그러면서 폭력 없는 사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리고 올해 간디에서 ‘다움’으로 이름을 바꿔 활동을 하고 있다. 다움이 교육공동체이지만 시작은 인권공동체이기 때문에 2가지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서 독특함을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다움은 올해 8가지 주제로 대화모임을 했었다. 대화모임에서 나온 내용을 가지고 ‘I-MOTION’이라는 잡지를 만들었다. 청소년들은 시간이 많아도 자신의 감정을 파악하기 힘든데 사회는 청소년들에게 그런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요즘 미디어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면서 무의식적으로 혐오를 학습하는 것이 훨씬 쉬워졌고 청소년 감정의 비가시화와 무의식적인 혐오 학습이 교차되면서 타인을 공격하고 나를 공격하는 등 악영향이 확대재생산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것을 해결해 보고자 우리들의 감정을 한 번 더 재점검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이런 내용을 잡지에 실었다. 이외에도 칼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에피소드들을 실었다. "
"또 대구지역 시민들과 학벌주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토크 콘서트인 ‘학연(學緣)만들러오세요~:배움에서 연결되는 사람들’을 마련했다. 학연이라는 것을 찾아보니 ‘출신학교에 따라서 연결된 인연’이라고 나오더라. 근데 한자를 보니 學(배울 학)에 緣(인연 연)을 쓰더라. 그래서 의미를 재해석해서 배움에서 연결되는 사람들, '이곳에 모두 배우러 왔으니 또 한 번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보자'라는 의미에서 토크 콘서트를 개최하게 되었다. ‘틀린 것은 세상이지 네가 아니다.’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함께라는 감각을 가져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최근에 ‘연결되는 지금, 공존하는 지구‘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기후 위기를 운동의 느낌으로 다가가다 보니 반발심과 거부감을 느끼더라. 운동의 느낌보다 친환경적인 문화에 대한 장벽을 낮추고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사람책‘을 만들게 되었다. ’사람책‘은 친환경적인 공동체 문화나 환경을 의제로 활동하고 있는 공동체, 사업장 같은 곳에 찾아가 인터뷰를 하고 책자 형식으로 만들어보는 활동이다."
"그리고 시민행동실천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한 명이 온전히 비건으로 사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생각되어 같이 나누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일주일에 하루씩 7명이 돌아가면서 비건을 하여 온전한 비건 한 명을 만드는 것이다. 활동가 한 명에게 과중한 부담을 주는 것 보다 다 같이 실천하자라는 취지에서 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 여러 가지 활동을 진행하며 어려운 점은 없었는가.
"나이가 어리면 선택권이 없다. 부모님의 영향이 엄청 크다. 하고자 하는 활동이나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할 때 부모님의 의사가 너무 많이 개입한다. 이럴 때 조금 힘들었던 것 같다. 나이가 활동하거나 살아가는 데 있어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진로가 어떻게 되는가.
"공동체가 계속해서 지속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비영리 단체가 후원 구조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불안정하다. 그리고 활동가들에게 열정페이를 많이 강요하는 사회적인 인식이 있다. 이런 것을 없앨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앞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셜벤처를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