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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나우人

[청년나우人] 00년생 박물관장 김건우, "벌레처럼 살고 싶어요"

김건우 여주곤충박물관장 인터뷰

'청년나우人'은 자신의 꿈과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콘텐츠입니다. 

 

청년나우 김윤지 기자 | 경북대학교 학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익명 커뮤니티인 '경북대학교 에브리타임'에는 다른 학교에서는 존재를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벌레 게시판'이 있다. 이 게시판에서는 재학생들이 벌레 사진을 촬영해 올리면서 무슨 벌레인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묻는 게시물들이 종종 올라와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처음 이야기를 접한 외지인들은 꾸준한 곤충 사진 수요에 놀라면서 '곤충 연구 동아리'가 활동을 위해 개설한 게시판이냐고 묻지만, 놀랍게도 여러 게시물들의 대부분은 '충황제'라는 이름을 쓰는 단 한명의 재학생이 답변을 달고 있다. 게시판도 '충황제' 본인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명을 위한 게시판인 셈이다. 

 


경북대 온동네에 벌레와 관련된 온갖 지식을 설파하는 '충황제'는 만 21살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여주 곤충 박물관'의 관장으로 취임한 김건우 씨다. 김 관장은 어떤 이유에서 '곤충 게시판'까지 만들며 곤충과 관련된 활동을 이어가는 것일까. 또한 대학에 재학 하면서 박물관의 관장까지 맡게 됐을까. 


<청년나우>는 그를 둘러싼 여러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6일 전화를 통해 직접 만나보기로 했다. 

 

"벌레처럼 살고 싶은 남자, 충황제 김건우입니다."

 

-먼저 '김건우'라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 하는 독자들을 위해 본인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경기도 여주에 있는 여주곤충박물관에서 얼마 전부터 관장으로 부임하게 되었다. 현재는 경북대학교 상주캠퍼스 생물응용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가족들과 함께 여주로 내려와서 곤충 박물관을 인수하면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언제부터 곤충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했는지 궁금하다.

 

"계기는 굉장히 단순했다. 원래 5살까지는 백과사전을 통째로 외울 정도로 공룡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부모님께서 사슴벌레를 데리고 오셨는데 곤충에 대해서 잘 몰라서 하루종일 괴롭혔다가 사슴벌레가 죽어버렸다. 그로 인해 부모님께 혼도 나고 설명도 들으니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어디를 나가든 항상 곤충 백과사전을 끼고 다니기도 했다."

 

 

-가족들과 함께 박물관을 운영한다고 들었다. 부모님도 원래 곤충에 관심이 많았나.

 

"아니다. 가족 중 벌레를 좋아하고 만질 수 있는 사람이 나 하나다. 부모님은 원래 냉동기기 쪽 사업을 하셨다. 근데 제가 워낙 곤충을 좋아하다보니 부모님도 서울살이를 접고 여주로 내려와 여기있던 곤충박물관을 인수하셨다. 그 다음부터는 두 분도 열정적으로 곤충박물관을 운영해나갔고 나도 계속 도우며 관람객들에게 곤충을 소개하는 등의 활동을 해왔다. 그렇게 현재는 아버지가 대표로, 어머니와 제가 공동관장으로 있다."

 

-여주곤충박물관은 뭐하는 곳인지 궁금하다.

 

"우리 박물관은 곤충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체험형 박물관으로 만질 수 있는 체험거리들이 많고 직원들 역시 친절하게 관람객들에게 다가간다. 또 곤충부터 파충류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이런 우리 박물관의 목표는 더 많은 아이들을 생물학자의 길로 이끌어주는 시작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아이들이 곤충에 관심을 가진다면 그것으로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덧붙여 여타 박물관들이랑 다른 부분을 소개하자면 우리는 전국에 몇 없는 사립 박물관 중 하나다. 그러다보니 박물관을 운영할 때도 지원금을 받지 않고 사비를 지출해 운영한다."

 

-여주곤충박물관에서 본인이 맡고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사실 관장은 직급일 뿐이고 하는 일은 관장이 되기 전과 같다. 살아있는 곤충들의 사육이나 관리를 비롯해 박제된 곤충들을 어떻게 전시할지 등 전시 기획까지 담당하고 있다. 추가로 박물관에서 곤충을 박제하는 일 역시 지금껏 제가 해왔고 앞으로도 할 일이다."

 

-교내 커뮤니티에서도 활발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에브리타임에서는 충황제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처음에는 벌레에 대한 글을 썼었고 사람들이 벌레 관련된 질문을 하면 항상 답을 해줬었는데 호응을 많이 얻고 소문이 퍼지면서 인지도가 올라갔다. 주로 자취방에 사는 학생들이 벌레가 나온 경우에 저를 찾았는데 대부분 이 벌레가 어떻게 방에 들어왔는지, 방 안에 알을 깐건지에 대해 묻는 질문이었다. 그런데 이를 좋게 보지 않는 분들이 계셨던 것 같다. 아무래도 자유게시판에 자꾸 벌레 사진들이 올라오다 보니 벌레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은 불편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아예 '벌레 게시판'을 따로 만들어 지금은 그 게시판에서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여러 활동들을 진행하며 어려움은 없었는가.

 

"박물관은 부모님께서 인수하시기도 했고 이 덕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마치 제가 금수저라서 이렇게까지 활동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또 박물관을 운영한다고 급여 등도 보장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사립 박물관이다보니 인건비, 관리비 등으로 대부분 빠져나간다. 그로 인해 적자를 보고 고생을 많이 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런식으로 봐오는 분들이 계셔 마음이 좋지 않다. 그리고 제 생활로 생각을 해도 주말마다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설명하고 안내하느라 한번도 제대로된 휴식을 즐겨보지 못했다. 한마디로 '쉼이 없는 삶'을 살아왔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한마디 부탁한다.

 

"우리나라의 곤충 산업이 현재 많이 쇠퇴하고 있다. 곤충에 대한 인식이 전혀 개선되지 않는 사회 분위기와 아이들이 자연과 만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저는 아이들이 이런 상황 속에서도 곤충을 비롯한 생물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 방법이 곤충 산업을 다시 부흥시킬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과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프로필 사진
김윤지

안녕하십니까, 청년나우 김윤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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