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대구경북 지역 수출산업구조의 전환과 국제통상의 중요성

  • 등록 2023.11.20 17: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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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산업구조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수출효자품목으로 이차전지 소재가 부상하고 있다. 2009년 전통 섬유 산업이 자동차 부품 산업에 대표 수출산업의 지위를 넘겨준 이후 13년 만인 지난해 이차전지 소재 산업이 압도적인 성장세로 대구 지역의 최대 수출품목으로 등장한 것이다.

 

아직까지도 일반인의 인식 속에서 대구는 섬유의 도시이고 대구의 최대수출품은 막연하게 섬유일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부끄럽지만 국제무역을 전공하는 필자조차도 2021년 경북대학교에서 강의를 시작하기 전까지 대구의 최대 수출품목은 당연히 섬유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전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다. 대구의 품목별 수출액을 살펴보면 2008년까지 부동의 수출 1위 품목은 우리가 흔히 섬유라고 부르는 폴리에스터직물이었다. 2008년 당시 폴리에스터의 수출액은 5억 1900만 달러였고, 자동차 부품이 5억 1000만 달러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었다. 다만 이후 섬유 산업이 사양산업화되고 자동차 부품이 수출호조를 보이며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자동차 부품 산업이 섬유를 대신해 대구의 최대 수출산업으로 입지를 굳건히 다졌다.

 

지난해가 되면서 기타정밀화학원료로 분류되는 이차전지 소재의 수출액이 31억 2628억 달러로 급상승하여 자동차 부품을 밀어내고 최대 수출품목으로 등극했다. 지난해 1월의 전년 동기 대비 수출 증가율은 무려 355.9%에 달하여 더욱 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이차전지 소재의 수출액이 21억 307억 달러에 달해, 전체 수출액 59억 9269만 달러 중 35.1%를 차지해 압도적인 비중을 나타냈다.

 

특히 대구 지역에서 생산되는 이차전지 소재의 대부분은 전체 전기차 배터리셀 비용의 약 30%를 차지하는 양극재이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를 감안하면 대구산 양극재의 대세계 수출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여 고무적이다. 대구시도 ‘차세대 배터리 중심 에너지 기업 지원계획’을 추진하고 달성 2차 산업단지에 차세대 배터리 파크도 조성하는 등 대구의 산업구조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꽃길만 걸을 것 같던 대구의 이차전지 소재 산업에 큰 장애가 등장했으니 바로 지난해 제정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다. IRA의 핵심은 북미에서 최종조립되고, 배터리 핵심광물을 미국 및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조달하고, 북미에서 제조된 배터리 부품을 사용한 전기차에 대해서만 최대 7500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다분히 미국 기업에 유리하고 외국기업에 불리한 보호주의적인 정책이다. 전기차 배터리 부품의 일종인 양극재를 대구에서 생산해 상당량을 미국에 수출하는 대구 기업의 입장에서는 양극재가 배터리 부품으로 분류될 경우 보조금 제공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미국 현지의 배터리 부품 기업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IRA법안이 발표되자마자 한국의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으로 날아가 IRA법안이 세계무역기구(WTO)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차별의무에 위반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협의를 요청했다. 이러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결국 양극재는 IRA법안을 구체화하는 후속 지침에 따라 배터리 부품으로 분류되었고 대구의 양극재 생산 기업은 큰 타격 없이 미국 수출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10여 년 전 일부 진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미FTA를 체결한 과거 정부의 통상정책과 신속하고 논리적으로 IRA에 대응한 현 정부의 통상전략이 결합되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대표적인 통상대응 사례로 볼 수 있다.

 

대구의 주요 수출품목 변화와 우리 정부의 IRA 대응전략은 대구경북 지역의 청년들에게 중요한 함의를 시사해 준다. 첫째, 더 이상 취업진로를 수도권의 대기업에 한정할 필요가 없으며, 진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지역 내에서 떠오르는 수출 산업에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한다. 둘째, 국제통상의 기본지식을 갖추고 논리적으로 통상갈등을 해결하는 역량을 키워 나날이 복잡해지고 자국의 이익이 우선시되는 국제통상관계를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한다.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곽동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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