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나우 조영광 칼럼니스트 |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문장은 상식적으로 얼핏들으면 맞는 말이었지만 법적 지위를 따지는 상황에서는 아직까지도 틀린 이야기이다.
동물을 물건이 아닌 동물 그 자체로 인식하고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의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9월 28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해당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여 민법 개정이 곧 진행될 것이라 예상된다.
동물이 물건의 지위를 벗어나 인간과 물건 사이의 새로운 법적 지위를 가지는 것에 대해 일부 수의사들은 의료 과실의 부담이 증가할 수도 있다는 논리로 반대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동물의료계 구성원들은 해당 민법 개정에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다른 직업이 그렇듯 '수의사'라는 직업 또한 인간을 위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정확히는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위하지만 이것 또한 결국은 인간을 위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인간과 동물의 공존은 '동물의료'나 '가축방역' 등의 1차원적인 업무 뿐 아니라 '동물복지'나 '종 다양성' 등의 이슈까지도 포괄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라는 상징적인 선언을 넘어 우리 사회와 대한민국은 무엇을 준비하여야 하는가.
법의 개정은 끝이 아니라 사람과 동물이 함께하는 세상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 동물권에 대한 국민 의식의 성장 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국가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과연 정치권을 비롯한 우리 사회는 민법 개정 이외에 무엇을 준비하였다고 말할 수 있는가? 감성에 치우쳐 만들어진 껍데기 뿐인 민법 개정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 다시한번 주장하는 바이다.
그런 맥락에서 독자적으로 '동물'을 담당하는 부서인 '동물청'의 신설은 이번 민법 개정을 통해 우리가 꿈꾸는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사회를 위해서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겠다.
해당 동물청에서는 단순히 동물복지나 동물의료 뿐 아니라 인수공통전염병 등과 같은 공중보건의 영역, 그리고 종다양성과 같은 환경의 영역까지 포괄하여야 할 것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여야 할 것 없이 동물을 선거에 이용하는 형태가 많이 포착된다. 물론 정치인들은 표와 지지율을 위해 움직여야 하기에 그것은 당연하다 생각되지만 실제로 인간과 동물의 공존에 대해서 제시하는 정치인은 거의 없었다.
그저 "유기동물이 많으니 일단 보호소를 지어야한다.(결국은 관리인력과 의료인력의 부족 등 이런저런 핑계로 안락사를 시킨다.)", "동물의료비가 비싸니 나라에서 제도적으로 이를 통제해야한다.(의료의 질에 대한 고민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리고 "멧돼지가 ASF 같은 질병을 옮기니 죄다 죽여버리자.(농식품부는 죽이자, 환경부는 살리자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 동물 관련 대부분의 정책은 농식품부가 주무한다.)" 등 지속가능한 공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임시방편에 불과한 이야기들만 쏟아내고 있다.
동물이 물건이 아니라면 우리 모두는 단 한번만 생각해보길 권한다.
동물을 팔아먹는 일부 목소리 큰 인간들이 아니라 진정으로 동물은 무엇을 원하는지.